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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마당 견님들

by 가림막 2016.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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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집은 집안 고양이 외에 마당에 강아지를 2마리 키우고 있다.

 

 원래 이녀석들이 터줏대감 이었는데, 겨울이 되고 고양이가 오고나서 왠지 반쯤 찬밥 신세가 되어버렸다..

 (미안 추워서 나가서 놀아주기가 힘들다..)

 

 원래 대형견도 같이 길렀었는데 그 놈은 집에 사람 없을때 혼자 뒷산으로 올라가더니 결국 실종이 되었고 이녀석 혼자 남아 버렸었다.

 

 

3대 악마견 지랄견 의 한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는 아메리칸 코카스 파니엘이지만 얘는 성격이 유순한 편이다. 겁도 많고.

(지금은 죽고 없는 얘 아빠는 그 명성에 걸맞았다. 얘를 위해서 그런 단어가 생겨났구나 싶을 정도로 극성 맞은 녀석이었다. 얘는 아주 새끼때 제외하고는 계속 마당에서 길러서 그런지 가끔 줄 끊고 가출하는거 말고는 크게 말썽을 안부린다. 가족에게 엄청 순종적이기도 하고.)

 

 가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고 낯도 크게 가리지 않는 녀석이었는데, 같이 크던 녀석이 실종이 되고 나서 무서워졌는지 갑자기 우울증이 와서 집에 사람없이 혼자 있으면 무서워하고 낯도 심하게 많이 가리게 되었었다. (자기보다 몇배가 큰 녀석 이었는데 아마 많이 의지를 했던 모양이다. 얘가 처음 태어났을 때 부터 집에 있던 놈 이기도 햇고.)

 

 원래 이녀석 말고 다른 애는 안키우려 했었다. 실종된 큰 놈 이라던지 먼저 보낸 얘 아빠라던지 그렇게 보내고 나면 그 후유증이 너무 커서 지금 키우는 애만 책임지고 말자는 생각이었는데 애가 혼자서 너무 우울해하고 힘들어보여서 친구를 하나 만들어 줘야되나 싶던 찰나에 집 근처에 유기견 센터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예전부터 동물농장이나 인터넷 등에서 유기견을 다루는 내용을 보면서 여건이 되면 한 두마리는 꼭 데려다가 키우고 싶었지만 집에 워낙 키우던 애들이 많아서 생각만 하고 있던 찰나에 그래 어차피 한마리 더 기를거면 유기견을 데려다가 기르자는 생각이 굳어지게 되었고 방문 했을때 딱 눈에 들어온 녀석이 있어서 데려왔다.

 

 

 

 그게 이 왼쪽에 있는 까만 녀석이다.

 

 처음 봤을때 짖지도 않고 딱 저 눈으로 쳐다보는데 아 얘구나 싶었다. 믹스라고는 하지만 종자도 비슷하고 나이도 비슷하고 덩치도 비슷해서 여러모로 딱이겠다 싶어 데려왔다. (이 사진은 데려오자마자 목욕을 시키고 찍었던 사진이다.)

 

 

 기본적으로 똑똑한 놈이었던건지 온지 며칠만에 적응을 완전히 하고 식구와 손님을 구분했다.

 

 여기가 이제 내 집이다, 지켜야겠다는 생각이 든건지 낯선 사람만 오면 동네가 떠나가라 짖어댄다. (신기한게 일년에 한두번 방문하는 친척들 같은 손님은 바로 알아보고 반긴다.) 집에서 계속 키우던 애가 그러는 건 이해가 가지만 다 자라서 온 녀석이 한달도 안되서 그러는 걸 보고 신기하기도 대견하기도 했다. (대신에 짖는건 좀 줄여줬으면.. 하루 이틀 꼴로 매일 보는 우체부 아저씨나 옆집 아저씨를 보고도 짖어대니.. 사람들의 반응이 재밌어서 그러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짖다가도 사람이 다가가서 만지면 언제 그랬냐는듯 꼬리치면서 발라당 눕는다-_- 그럴거면 짖지라도 말든가)

 

 이때는 살도 찌지 않았고 제법 보기 좋게 말라있었지만.. 유기견 출신이라 그런가 먹는거에 대한 집착이 남달라서 아 얘 살좀 찌겠구나 했었다. 

 

 

 

 그리고 온지 일년 정도가 되었을까 역시나 이렇게 새끼곰이 되버렸다..-_-

 

 가뜩이나 털도 까맣고 복실복실한 녀석이 저 상태가 되니까 산책할 때 뒤에서 보면 꼭 새끼곰 한마리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다..

 

 그래 네가 거기서 마음껏 먹지도 못했을텐데, 먹고 싶은건 마음껏 먹어라 하고 먹이다보니 애가 곰이 됐다. 쪄도 이쁘니까 그건 그러려니 하는데 저러다가 관절 다치지 않을까 그게 걱정이다.(덩치에 비해서 몸이 너무 무거워져서..)그나마 산책 나가거나 운동하는건 좋아해서 다행이다.

 요즘은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산책을 거의 못 시켜줬는데 날씨 풀리면 다시 데리고 다니기 시작해야겠다.

 

 대문없는 시골집이라 풀어놓고 기르면 길에서 사고가 날수도 있고 동네에 민폐를 끼치는 경우도 있을거 같아서 10미터 정도 되는 길이의 동아줄로 묶어놓고 길렀다. 풀어놓진 못하지만 그래도 마당 안에서 마음껏 돌아다니라고 나름의 배려를 해준건데.. 문제는 저 갈색놈이 수시로 줄을 끊고 도망간다는 것이다. 빨랫줄도 끊고 동아줄도 끊고 이제 끊는대는 도가 터서 그냥 지 나가고 싶으면 끊어 버리고 마실 나간다.

 

 옆에 까만놈은 도망 나가고 그러는 건 싫어해서 얘가 나가도 자기는 줄 끊을 생각도 안하고 기다리다가, 내가 나가서 잡아오면 혼자 나가서 재밌게 놀고 오니까 좋냐는 듯 막 혼낸다. 분명히 서열은 갈색놈이 더 높은데 그럴 때는 갈색놈도 참고 받아준다. 미안하긴 한 모양이다.

 

 

 그래서 결국 요즘엔 이렇게 철창 신세를 지고 있다. 겨울이라 추운데 나가서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폐 끼칠까 걱정도 되고. 검은 놈은 아무 잘못도 없는데 친구라는 이유로 같이 집안에 갖혀 버렸다.

 

 날 풀리면 와이어줄을 길게 만들어 보든 가벼운 쇠줄을 찾아보든 해서 어떻게든 쟤가 끊지 못할 줄을 준비해야 겠다..

 

 가둬 놓으면 편한데 나갈 때마다 애처롭게 쳐다보는걸 보면 마음에 걸려서 그러질 못하니 우리집은 얘네들에게 질 수 밖에 없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