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요즘 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이 계속 떠오른다.
몇 년 전 부모님과 내가 16년 정도를 살아오던 집에서 이사를 할 때 난 학교 시험 기간이라 너무 바빠서 도와드리려 내려가지 못했었다.
그때 내 방 정리를 하시며 물건은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셨었는데 중요한 물건들은 자취방에 다 가져다 놨던 터라 그냥 전부 버려달라고 했더랬다.
몇 년이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다른 건 별로 아깝지 않은데 책들이 너무 아깝다.
그때 재밌게 읽었던 책들 중에는 지금 절판된 책들도 부지기수고 설사 아직 절판되지 않아 새로 산다 한들 그때 한밤중에 침대 옆 스탠드를 켜놓고 밤 새 읽던 그 책이 아니라는 것에 미련이 남는다.
난 오래된 물건을 사랑하고 특히나 책은 더 그렇다.
새 책의 느낌도 좋아하지만 손때 탄 오래된 책의 느낌은 더욱 좋아한다.
오래된 물건과 오래된 책은 예전의 어떤 추억들을 떠올리게 해주며 그 시간을 같이 공유했다는 생각이 들어 정이 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이든 물건이든 읽고 사용한 흔적이 남아있는 걸 좋아한다.
손때가 타면 탈수록 책에 흔적이 남으면 남을수록 그 책은 그만큼 많이 읽혔다는 얘기고, 물건 역시 사용한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면 그만큼 애용했단 얘기가 되며, 그건 즉 그만큼 나와 혹은 내가 누군가에게 빌려준 적이 있다면 그 누군가와 정이 들었다는 얘기니까.
때문에 난 읽는 모든 책은 95% 이상 종이책으로 구매해 소장하는 편이지만 그렇게 책을 아끼지 않는다.
(물론 남에게 빌리거나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예외다. 그건 내 물건이 아니니까. 되도록 빌리기 전과 같도록 최대한 조심해서 읽는다.)
오늘 인터넷 서점을 뒤지다 5년쯤 전 무척 재밌게 읽었던 책을 찾아 새로 구매하다 보니 문득 아 '이 책은 분명 같은 책이지만 내가 5년 전에 눈물도 찔끔 흘리면서 밤새 읽었던 그 기억이 남아있는 책은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 부쩍 울적해졌다.
날씨도 꿉꿉하고 술도 한잔 들어가니 모처럼 감성적이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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