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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잡담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초판본

by 가림막 2016. 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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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에 예약 구매했던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초판본이 오늘 도착했다.

 

 소와다리라는 출판사에서 1948년에 나온 초판본과 1955년에 서거 10주기를 기념하여 나왔던 증보판, 그리고 생전에 남겼던 육필 원고철 및 판결문을 복원해서 출판한 책인데, 1월 12일날 배송되기로 했던 책이 두번이나 연기되더니 오늘 도착했다.

 

 

 좌측은 초판본, 우측은 10주기 기념 증보판, 그리고 아래에 깔려 있는게 육필 원고철 및 판결문이다.(처음엔 무슨 예약구매 사은품으로 노트를 줬나 싶었다.)

 

 사실 구매도 크리스마스날 한잔 하고 들어와서 인터넷을 보다가 이 시집이 예약판매를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보고 충동구매 한거라 광고했던 구성품이 뭔지는 기억도 못하고 있었는데, 오늘 받고나서 알라딘에 들어가보니 광고와 너무 다르다는 둥 구매하신 분들의 원성이 자자하더라.

 

 

 그래서 구성품이 뭐였지 하고 이벤트 페이지를 찾아보니 이렇게 광고를 했더랬다.

 

 이 정도면 확실히 원성을 들을만 하다. 책 두권은 제대로 복원되어 왔으나 문제는 저 원고철과 판결 서류 및 사진인 것이다.

 

 

 보다시피 이벤트 페이지에선 무슨 원고철과, 판결 서류 및 사진을 실제처럼 디테일하게 복원한 것 처럼 나와있는데, 실제로 온건 이런 사은품 노트 같은게 달랑 와버렸으니 기대했던 구매자들이 실망하고 화를 내는것도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다.(가뜩이나 한달전에 예약 구매를 받아놓고 발매일을 2번이나 미뤘으니 말이다.)

 

 출판사의 변명을 보니 자르고 구멍을 뚫어서 실로 엮는 등의 자가로 DIY를 통해 원고철을 만드는 방식이라고 하는데, 계속 연기됐던 상황을 보니 생각보다 물량이 많아 발매일을 늦춰도 그때까지 못 만들것 같으니 급하게 방향을 수정하고 원래 자가로 만드는 거라고 변명하는 것 같다.

 (애초에 자가로 만드는 방식이었으면 이벤트 페이지에 DIY방식이라고 알렸겠지.)

 뭐 난 애초에 구성품도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에 광고와 다르다는건 크게 상관이 없었는데, 다른쪽으로 기분이 나빴다.

 

 바로 저 오른쪽 상단에 보이는 찍히고 찢어진 자국.

 

사진엔 잘 나오지 않았지만 꼭 몇년간 손탄 책마냥 아래 모서리 부분이 너덜해져서 왔으며, 찍어놓진 않았지만 얘만 그런게 아니라 증보판도 상단이 찍혀서 왔다-_-

 

 뭐 책이란게 어차피 손타고 자주 읽다보면 닳고 다는거라 책 상태에 대해선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 편이지만 나름 소장본으로 발매한 것 같은데 소장을 해보기도 전에 상태가 안좋은 놈이 와버렸으니 상당히 찝찝하고 기분 나쁘더라.

 

 짜증은 좀 났지만 이미 상담원들 퇴근 시간은 지나버렸고, 이제 주말인지라 전화해서 항의하려면 월요일까지 기다려야되고 다시 보내고 받고 하는 것도 번거로워서 찝찝하지만 그냥 참기로 했다. 뭐 읽다 보면 어차피 해질텐데 좋게 좋게 생각해야지..

 

 

 첫 페이지엔 윤동주 시인의 서시 육필 원고가 복사되어 들어있다. 가로로 되어 있으며 옆에 점으로 표시해논 부분에 구멍을 뚫고 실을 엮어서 원고철을 만들게 되어있다.(생각해보니 좀 어이없긴 하다. 만들기 세트도 아니고 자작이라니..ㅋㅋ)

 

 

 문제의 사진 2장!

 

 이건 만들기 세트임에 틀림없다. 지금 당장 우리집에 있는 프린터로도 만들수 있을것 같은데.. 이걸 사진 2장 포함이라고 광고를 했다니..

 

 

  판결문이다. 맨 뒷 페이지엔 한글 번역본이 인쇄되어 있다.

 

 

 초판본은 윤동주 시인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인 '서시'가 첫 시로 실려 있다.

 

 

 증보판의 '별 헤는 밤'이다. 증보판은 이렇게 우에서 좌로 넘기는 방식으로 되어있다.

 

 당시에 발간 되었던 출판본 그대로 복원하려 애쓴 흔적이 보이며, 생각외로 상당히 잘 복원되서 책 자체의 퀄리티는 꽤 괜찮았다.

 

 사실 난 시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한다.

 

 시집을 따로 사본적도 없고, 좋아하고 알고 있는 시라곤 어릴적 수능공부 하면서 읽었던 초혼, 귀천, 신부등과 같은 아주 유명한 시들이나 인터넷에서 간간이 볼 수 있는 현대시 정도이다.

 

 아마 이 책이 내가 처음으로 산 시집이지 않을까 싶다. 시를 읽는 건 좋아하긴 하지만 왠지 같은 시인의 다른 작품을 찾아 읽게 되고 시집을 사서 보게 되지는 않더라.

 

 받고 나서 천천히 읽어볼까 하니 영인본인 탓에 활자도 선명하지 못하고 아무래도 옛날식의 제책 방식이라 그런지 가독성이 그다지 좋지 못해 조금 읽다가 금방 덮어버렸다.(사실 내가 한자에 약한 탓이 가장 큰 것 같기도..)

 

 부록으로 딸린 육필 원고와 판결문을 제외하면(퀄리티가 나쁜 편은 아니다. 복사본이긴 하지만 육필 원고라는 점에서도 소장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광고와는 너무 달라 구매자들이 실망했을뿐.. 만들기라니..) 책 자체의 퀄리티는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 시를 좋아하고 윤동주 시인을 좋아한다면 충분히 소장할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복원이긴 하지만 초판본이라는 메리트도 있으니 말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진달래 꽃, 나생문, 인간실격, 은하철도의 밤 같은 책들도 비슷하게 초판본 디자인으로 발간하고 있는 것을 보고 또 갑자기 혹해서 구매할까 싶었으나 책장을 둘러보니 바빠서 사놓기만 하고 읽지 못한 책들이 한가득이라 참기로 했다. 

 

 시간날 때 하나씩 천천히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