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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잡담

졸린데 자기는 싫어서 쓰는 고양이 가출했던 이야기

by 가림막 2019.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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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른하게 잠이 오는데 자기가 싫다.

 

때문에 별로 할 일도 없는데 그냥 멍하니 책상에 앉아있는 중이다.

 

고양이들은 한참 떠들썩하게 놀다가 조용하다 싶어 보니 각자 잠자리에 들어갔다.

 

이제 내가 침대로 들어가면 녀석들도 차례로 침대로 올라올 거다.

 

 

얼마 전 둘째 고양이가 가출했었다.

 

어머니가 실수로 현관문을 제대로 안 닫으셨고 그 틈을 노려서 가출해 버린 거다.

 

시간은 9시라 이미 깜깜한 상태였고, 둘째는 고등어 코숏이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더군다나 집 근처엔 비슷하게 생긴 애들이 6마리나 됐었다.

 

 

9시부터 새벽 2시까지 집 주변을 다 헤집고 다녔었다.

 

덕분에 내방 뒷 마당에 밥 먹으러 오는 애들은 어디서 자는지 다 찾았는데 우리 애만 찾지 못했다.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는 가출하면 패닉 상태에 빠져서 멀리 안 가고 반경 50미터 이내에 숨어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진짜 집 근처 갈 수 있는 곳, 갈만한 곳은 모조리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했다.

 

계속 찾아다닌다고 나올것 같지 않아서 일단 한시간쯤 조용하게 있다가 다시 나와볼 생각으로 집에 들어왔다.

 

찾는다고 너무 헤집고 다녀서 겁먹어 아예 안보이게 숨어버린건 아닐까 싶어서.

 

혹시나 싶어 다른 고양이들 방에다 몰아넣고 밖으로 못나가게 캣도어랑 다 막아버리고 현관문을 열어놨다.

 

근처에 있으면 제발 들어와 달라고.

 

 

그때의 절망감이란.

 

밥도 한번에 배부르게 먹지 않고 허기질때마다 조금씩 계속 먹는앤데 밖에서 배고픔을 견딜수 있을까.

 

잠도 이불속에 들어와서 붙어 자는애가 추운곳에서 어떻게 견딜까 싶어 기다리는 동안 계속 자책했었다.

 

 

한 40분쯤 있었을까. 한시간까진 못기다리겠다 싶어 다시 나갈 채비를 하는데 방 창문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내다보니 이 녀석이 어느새 들어와서 문 열어달라고 방 창문을 앞발로 치고 있는거다.

 

부리나케 나가서 현관문부터 닫고 녀석을 안고 들어왔다.

 

그리고 다친곳은 없는지 살펴보는데 어디서 뭘 하다 온건지 몸이 너무 깨끗했다 -_-

 

꼭 집안 어디 구석에 숨어있다 나온것마냥 발 바닥에 흙하나 묻은게 없더라.

 

아마 문이 열려서 호기심에 나갔다가 패닉에 빠졌고 집근처 50미터도 아닌 10미터 이내에 짱박혀 있다가 들어오지 않았나 싶다.

 

시골 동네라 그 이상 벗어나면 몸에 흙이 안 묻을수가 없거든.

 

 

그렇게 가까이 있었으면 부를때 나오지 싶어 야속하다가, 숨을 만한곳은 다 찾아봤는데 도대체 어디 숨었던건지 궁금하기도 하면서, 내가 찾는다고 너무 헤집고 다니는 바람에 겁먹어 나오지 못하고 숨어 있었나 싶어 미안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감정이 교차하다가 결국 그냥 고맙다고 하고 말았다.

 

 

그 후로 노이로제가 걸려서 자다가도 몇번씩 나가서 현관문을 확인하고 들어온다.

 

 

이런 글을 지금 쓰는 이유는 제목처럼 졸린데 자기는 싫고 할 일은 없는데 갑자기 가출했던 게 생각나서.

 

슬슬 눈이랑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이제 진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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